"코스닥, 벤처기업에 문 활짝 열어야"
- 관리자
- 2017-04-18
◆ 2013년 제2회 매경·한림원 과학기술 포럼 ◆
"창조성이 혁신의 중심이 되고 혁신이 쉬워지는 경제가 창조경제입니다."
8일 오전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2013년 제2회 매경ㆍ한림원 과학기술포럼(공동 위원장 박영아ㆍ박영일)'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는 최고의 혁신 원동력은 기업가정신, 즉 창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창조경제'를 주제로 발표한 이 교수는 "미국은 새로운 일자리의 60%를 4% 창업기업이 만들어낸다"며 "우리나라도 3만5000개 벤처기업의 연간 매출액이 250조원으로 삼성전자를 능가한다"고 설명했다.
2001년 전후 거품 붕괴로 생긴 벤처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대해 그는 "거품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동안 1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벤처기업이 381개나 등장해 국가 성장과 고용의 쌍끌이 기능을 해왔다는 설명이다. 분식회계 등을 저질러 사회적 문제가 됐던 일부 기업인들은 건전한 기업가와는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창조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벤처기업이 활성화하려면 엔젤투자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이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우리나라는 너무 제한적"이라며 "가장 시급한 과제는 코스닥시장의 부활"이라고 주장했다. 벤처기업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통로는 크게 인수ㆍ합병(M&A)을 통해 다른 기업에 매각하거나 일반인에게 기업공개(IPO)를 하는 방식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M&A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스닥시장마저 벤처기업을 외면하고 있다.
정부가 2005년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을 통합하면서 투자자 보호를 강조하다 보니 고위험ㆍ고수익 성격인 벤처기업의 IPO가 막혔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혁신의 결과로 얻어지는 지식재산권(IP)도 창조경제의 핵심 요소로 꼽았다. 창조경제에서는 건물 토지 기계장치 등 유형자산보다 특허 영업권 브랜드의 무형자산 가치가 올라가게 된다.
2005년 미국 P&G가 장부가 28억달러인 질레트를 570억달러에 인수한 것은 질레트의 브랜드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구글이 모토롤라 모빌리티를 125억달러에 산 것도 모토롤라가 가진 특허 때문이다.
이날 토론에 나선 포럼 회원들은 우리나라의 창조경제를 막는 걸림돌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창조경제 구현의 핵심은 '사람'인데 한국의 교육시스템으로는 창의적 인재를 만들어내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개인이나 기업이 갖고 있는 지식재산권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과 교수는 "창조경제가 창의적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것이라면 이를 뒷받침해주는 것은 인재"라며 "평가 위주의 시스템이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창의적 인재 양성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준성 준성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우리나라의 특허출원 수는 전 세계 4위지만 지식재산권을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문화가 자리 잡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국가 연구개발(R&D) 시스템도 고쳐야 할 것이 많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특히 개발된 기술을 사업화와 창업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전문인력 투입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흥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R&D 성과를 사업화하기 위해서는 기획은 물론 사후관리가 중요한데 연구지원 인력이 적다 보니 연구자들이 이를 직접해야 한다"며 "연구자가 실험실이 아닌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레나 이화여대 의대 교수는 "기존에 있는 기술을 하나로 융합하는 것도 R&D가 될 수 있는데 정부는 이를 '조립'이라고 깎아내리며 연구비를 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조현숙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사이버융합보안연구단장은 "2000년대 ETRI에서 엔젤투자를 많이 했는데 징계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며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서는 한두 가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책이 톱니바퀴처럼 차근차근 맞물려 돌아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매경ㆍ한림원 과학기술포럼은 과학기술 분야 국정과제 및 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시대 변화에 따른 과학기술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과학기술계와 사회의 소통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출범했다.
매일경제신문이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과 함께 주최한다.
출처: 매일경제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3&no=357223